악몽의 비선실세.
언론의 자유가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최근 영국이 쫓아낸 러시아 외교관 추방 규모는 33년 만에 최대다.
안철수처럼 주변에서 다 뜯어말리고 아직 시기가 아니라면서 혀를 차는 와중에도 정말 무리하게 서둘러서 전면에 나섰던 정치인이 역사적으로 하나 떠오른다. 오늘 불쌍하게 끌려나온(쿨럭;) 역사적 인물은 무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즉 러시아 볼셰비키당의 지도자이자 소련 건국자 되겠다. 1913년 무렵 망명지 스위스에서의 레닌의 상황은 안습 그 자체였다.
짜르의 군인들은 짜르의 초상화를 들고서 짜르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고통을 달래주실 자애로운 짜르를 보고 싶다며 짜르의 궁전으로 행진해 오던 노동자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아울러 "탐욕스런 귀족들과 악랄한 관료들이 자애로운 짜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가서 짜르께 호소하면 잘 들어주시고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믿었던 노동자들의 소박한 환상도 그 피의 일요일에 완전히 박살이 났다. 오히려 짜르가 문제의 핵심이고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었다는 것이 러시아 안팎의 모든 이들에 백일 하에 폭로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비극의 심연(深淵)에 함께 가라앉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았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에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헬스트레이너 출신 행정관과 함께 있었고,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했고,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첫 보고를 받고 7시간 만에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타나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이미 배가 가라앉았다는 건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TV를 보고 알았는데 대통령 혼자만 몰랐다는 합리적 의심은 참사 1000일이 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북핵이 촉발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완화시킬 좋은 카드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의 씨앗을 뿌려놓으면 연해주는 남·북·러·중과 일본이 손을 맞잡는 평화의 중심지로 태어날 것이다. 물론 확고한 한·미 동맹이 대전제다. 사흘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에 러시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 강국인 '매력 한국'의 힘이다.